처음 아무것도 없는 이 황무지에 어떤 공간을 만들지 고민했습니다.
주변에서 작은 규모의 스테이를 여러채 지어보라는 제안이 있었으나 한 채를 짓더라도 제대로 짓고 싶었기에 건축가에게 직접 의견을 건네며 설계에 참여했습니다.
특히 건축가 피터 줌터의 ‘The Therme Vals, Luzern’이 프로젝트 방향성에 큰 영감이 되었습니다.
“ 나에게 있어 질 높은 건축은 나를 감동시키는 건물이다. 사람에 대한 첫인상 같은 것이 바로, ‘분위기’이다. ” -피터 줌터의 분위기(Atmospheres) 중
수많은 대화를 바탕으로 설계 도면을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불필요한 요소는 배제하고, 현대적이면서 가장 편안한 동선을 의도했습니다. 벚꽃 휘날리는 따스한 봄날, 터 파기를 시작으로 한낮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여름날, 시원한 소낙비를 맞으며 철근을 쌓아가며 타설을 했습니다.
지루했던 장마와 태풍이 지나갈 무렵에는 잠시 쉬어가며 실내 인테리어를 구상했습니다. 물들어 가는 나뭇잎과 황금빛 노을이 아름답던 가을, 바다를 바라보며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할 주방과 안락한 가구, 방문객의 오감과 취향을 만족 시킬만한 다양한 오브제들을 제작했습니다.
간결함에서 오는 아름다움(Minimalism)과 현대적인(Modern) 디테일을 살리며 객실의 작은 스위치 하나부터 보이지 않는 타일 규격까지 정확히 맞추기 위해 일일이 수작업으로 진행했고 보다 완전한 공간을 위해 최고의 친환경 자재와 기술로 진행하다 보니 공사는 예상보다 길어졌지만 서두르지는 않았습니다.
코끝 시린 찬 바람이 불어오는 겨울, 따뜻하고 포근한 이불 속에서 바라본 남해 바다의 풍경은 의도했던대로 ‘이곳에서 만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곳’이었습니다.